정신병은 정신증(psychosis)과 신경증(neurosis, 속칭 노이로제)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기준은 망상과 환각의 유무이다. 보다도 전반적 증상의 관해율이나 정성적인 사회 적응의 정도로 구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신증 중 하나인 조울증에는 망상이나 환각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증은 신경증과는 다르게 당대 의학으로 치료가 매우 어렵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며 재발이 흔하다. 약물로 증상이 감쇄된 환자도 일상에서는 불안정한 상태이며 병적 에피소드를 경험한다.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 환자의 사회 적응력과 삶의 질은 저하된다. 그러므로, 정신증을 어려운 병으로, 신경증은 쉬운 병으로 볼 수 있다.


조현병은 대표적인 정신병이다. 흔히 '폐쇄병동과 정신병자'의 모습에 일치하는 것이다. 병인은 사회심리적, 생물학적 요소로 나누어진다. 후자는 사회문화적 환경(양육환경, 학력 등)이나 방아쇠적 에피소드(강간, 이지메 등)를 말한다. 일정 수준의 인격 형성과 뇌의 기질적 발달이 끝나는 시점이 사춘기부터 성인기 초반인데, 많은 환자가 이 때 발병한다. 따라서, 사춘기 이전 에피소드의 경험은 발병에 영향을 준다. 생물학적 요소에는 유전, 신경전달체계 문제, 뇌 손상이 포함된다. 학계는 생물학적 요인이 발병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실제로 정신증은 유전성이 짙다. 다른 변수를 배제할 수 없지만, 정신증 환자의 가족력을 사정하면 혈육이 정신증, 신경증, 물질관련 장애를 앓는 때가 많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는 유전적 동질성이 높은 형제의 수가 많아 이런 경향이 쉽게 확인된다.


증상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양성증상은 망상, 환각, 기괴한 행동과 같이 정상인에게서 나타나지 않는 '병적 증상이 있다'는 의미로 '양성'이라고 한다. 음성증상은 무감정, 의욕저하, 자발적 언어 사용의 감소와 같이 정상인에게서 나타나는 '정상 경향이 없다'는 의미로 '음성'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현실 감각의 결여되는 인지장해를 분류의 하나로 둘 수 있다. 인지장해를 제외한 증상이 영상에 잘 나와 있다.


나는 음성증상에 관심이 있다. 조현병의 주요 원인이 도파민 전달체계의 문제임은 기지의 사실이다. 위의 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병적 운동이 환자에게서 관찰된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인 흑색질의 사멸이 원인인 파킨슨병도 병적 운동이 주요 증상이다. 재미있게도 파킨슨병의 치료로 이용되는 도파민 상승제의 고유한 부작용이 정신증의 양성증상이다. 이를 통해 모종의 이유로 도파민 활성이 과다하게 되면 정신증적 증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양성증상은 치료가 쉽다. 할로페리돌이나 클로로프로마진은 강력한 진정제이자 도파민 길항제로 양성증상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음성증상에는 효과가 없다. 이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깊은 과거부터 언급되던 문제이다. 학계는 음성증상이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및 GABA와 같은 다른 물질 몇 신경전달 체계와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개발된 차세대 약물은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것으로 음성증상을 개선시킨다고 믿어 왔다.


임상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성증상이 뚜렷한 정신증 급성기에는 도파민 길항이 주 효과인 약물로 증상이 잘 사라진다. 이 때 비로소 숨겨져 있던 음성증상이 드러난다. 차세대 약물의 사용에도 음성증상은 거의 개선이 없다. 무덤덤하게 허공을 응시하거나 침대나 의자와 밀접하게 있는 환자의 모습은 일상적이다. 이런 실태에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원인은 도파민 길항제이다. 도파민이 쾌감을 유발하는 물질임은 기지의 사실이다. 예컨대, 수컷 쥐의 짝짓기 행위는 뇌내 도파민 농도와 연관된다. 길항제로 도파민 활성이 억압되면 행위-쾌감 체계가 손상되므로 행위 욕구가 사라짐을 알 수 있다. 항정신병약은 항정신병약이기도 하지만 정신병을 유발하기도 하는, 고전적 항암제와 같은 모순적 한계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사실상 정복된 양성증상이 아닌 음성증상의 관해를 주효로 하는 신경계 약물의 개발에 매진하고 싶다. 조현병 환자의 궁극적 치료는 증상의 사라짐이 아닌 사회 복귀와 적응으로 실현됨을 잊지 않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참고문헌

Owen, M. J., Sawa, A., & Mortensen, P. B. (2016, 07). Schizophrenia. The Lancet, 388(10039), 86-97. (PMID 26777917)

Fiorino, D. F., Coury, A., & Phillips, A. G. (1997, 06). Dynamic Changes in Nucleus Accumbens Dopamine Efflux During the Coolidge Effect in Male Rats. The Journal of Neuroscience, 17(12), 4849-4855. (PMID 9169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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