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겨우 두 번째 본 JLPT N1이지만 그럼에도 절감하는 바가 있었다. JLPT의 인지도는 일본어의 TOEIC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몇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시험 내용이 체계적이다. 급수별로 문제가 다르며 과락이 있어 TOEIC보다 객관적으로 실력이 평가된다. 문항별 배점이 최종적으로 산출된다는 점도 신뢰를 더한다.


다음은 난이도이다. 한자의 훈독음이라는 일본어의 특징에 말미암아 읽기 문제가 체계적으로 나누어져 있다. 틀린 문법 고르기나 외연적 논리 문제와 같은 낮은 수준의 문제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JLPT는 독해 지문의 수준이 매우 높다. 인문학 에세이 지문, 패러프레이즈 및 '추론하는 바(inferring)' 문제는 일본어의 높은 문화적 지위를 상징하며 말장난 경영학의 시험인 TOEIC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어순 문제는 지문 중간에 놓인 네 개의 빈 칸을 두고 문장 편절을 배열하는 것이다. 옛날 고등 영어 시험에서나 봤을 이것은 작문과 논리 성향을 모두 띠고 있어 기본 실력이 되지 않으면 수험자를 당황케 한다. 뉘앙스 문제는 내연적 논리 문제로 TEPS의 논리 문제 중 뉘앙스 유형과 유사하며, 일견 쉽다. 조언하자면 한자어 중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사용되지만 외연적 의미가 다른 단어를 유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어 읽기를 평소에 하는 사람이라면 다 맞을 것 같다.


독해는 시험에서 상징적인 지위를 가진다. 지문 테마부터 심상하지 않다. 이번에는 <문예작품 상과 그것을 수여하는 것의 의미>,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 <문예계의 타고난 게으름>, <회사와 사원의 관계>, <목표에 대한 소고>, <웃음과 비웃음>, <당대에서 매스미디어 노출과 프라이버시의 의미>, <타인의 언어를 거짓말로 생각하지 않는 것>의 지문이 나왔다. <문예계의 타고난 게으름>은 감상적인 언어 구사로 지문은 매우 어려웠지만 문제는 쉬웠다. <목표에 대한 소고>는 300자 남짓한 짧은 지문인데도 상징적인 논지 전개와 '추론하는 바' 유형이 결부되어 문제와 지문 모두 어려웠다. 다른 문제도 이러한 성향이 반영되어 있어 N1 독해는 어문 능력 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을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나는 읽기 시험을 끝내니 5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고 모든 문제를 리뷰할 수 있었다.


청해는 반면 읽기에 비해 난이도가 무척 낮다. 다만, 문제 유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부분은 꼼꼼한 메모가 필요하다. 나는 메모를 대충 해서 이 문제를 틀린 것 같다.


여담으로 문제의 주제가 출제자의 취향에 연관된다는 소문이 내게는 사실로 보인다. 처음 본 시험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시즈미야 하루이>를 방불하는 내용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서브컬처 내용은 나오지 않고 미술과 관련된 내용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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